K-POP은 지금 걸그룹 전성시대?
뉴진스, 에스파, 아이브,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엔믹스, 스테이씨 그리고 얼마 전 중소 기획사의 빌보드 1위 신화를 쓴 피프티피프티까지,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K-Pop 4세대 걸그룹 전성시대이다. 올해 상반기에 너나 할 것 없이 4세대 걸그룹들이 각자 개성있는 음원으로 컴백했고, 치열한 각축적을 벌였다.
과거 아이돌 컴백 무대였던 지상파 음악 방송은 유튜브 바이럴 영상 촬영용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신곡 M/V나 직캠 영상들이 유튜브에 공개되면 세계 각국에서 자신의 아이돌을 응원하는 팬덤들이 기본 수백, 수천만 회의 조회수와 댓글들로 보이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 플랫폼에서는 15초 남짓한 직캠 영상부터 각종 챌린지 영상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아이돌의 무대 뒤의 삶까지도 우리는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어느새 우리의 유튜브 알고리즘은 온통 걸그룹 관련 영상으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한류의 중심인 K-Pop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문화의 힘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성공 과정에서는 K팝만의 철저한 선발 과정과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뒷받침되었고, 여기에 수많은 인재들이 도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그룹이 장및빛 성공가도를 달리는 오늘날, 보이그룹은 처참한 인재풀로 근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K-POP 연습생 수요 감소와 성비 불균형 현상
한 대형 K팝 기획사 신인개발 담당자에 따르면, 최근 공개 오디션을 열었을 때 열명 중 아홉 명이 여성 지원자일 만큼 남성 지원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뉴진스, 아이브 등 걸그룹 대세 열풍을 타고 이들을 선망하는 10대 여성 지원자와는 뚜렷하게 상반되는 현상이다.
또한 최근 MBC에서 진행한 보이그룹 서바이벌 오디션 '소년판타지'에선 한국말도 서툰 태국인 연습생 산타(20)가 중간 투표 1위에 올라 주목 받았다. 같은 시기 방영 중인 MNET 보이그룹 오디션 '보이즈 플래닛'의 경우 연습생 참가자 98명 중 절반이 한국인이고 나머지는 일본, 대만, 중국, 미국 등 외국인으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방송가와 가요계에 보이그룹 오디션이 넘처나고, 해외 팬덤발 'K팝 드림' 바람으로 외국인 지망생은 크게 증가한 반면, 국내에선 원석 발굴조차 쉽지 않다. 물론, 열정 가득한 한국인 지망생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인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업계의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는 만큼, 내국인 지원자의 절대적 수치 자체가 급락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은 참가자 뿐만 아니라 시청 층도 일정 부분 해외 팬덤에 의존하고 있을 만큼 차갑게 관심이 식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소년 판타지와 보이즈 플래닛은 모두 시청률이 0%대로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2016년 '픽미'와 2016년 '나야나'와는 대조적이다.
이에 이들 프로그램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소년판타지는 일본 OTT 아메바에도 방영되며 태국, 베트남 등 12개국에 중계되고 있다. 보이즈 플래닛도 글로벌 투표에서 2주 만에 전 세계 178개 지역에서 4,758만여 표가 집계될 만큼 해외 K팝 팬덤을 겨냥하며 글로벌 화제성을 입증하고 있다.
K-POP이 가진 문제 원인
이렇게 K팝의 화려한 명성과 달리, 보이그룹 양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연예기획사들이 보이그룹에 진심인 이유는 바로 '안정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보이그룹 오디션을 통해 확보한 지식재산권(IP)는 대중성이 떨어지언정 소수의 팬덤이라도 형성되면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구매력이 따라온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로 걸그룹이 아무리 음원 스트리밍에 강세를 보여도, 음반 판매량은 보이그룹이 휩쓸고 있다. 역대 음반 초동 기록 1~10위는 BTS와 스트레이키즈 등 모두 보이그룹 차지이며, 100위권까지 넓히면 남성 가수의 음반이 78개로 여성 가수 음반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시장성과 강력한 팬덤 충성도를 가진 보이그룹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은 대중성 보단 팬덤을 겨냥한 전략이 여성향 콘텐츠의 양산으로 이어졌고, 이에 남자 연습생의 감소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여성 지망생들이 예쁜 걸그룹을 보며 꿈을 키우는 것처럼, 남자 지망생들 역시 멋진 모습의 보이그룹을 보며 꿈을 갖게된다. 하지만 현재 아이돌 시장은 팬덤의 눈높이에 맞춘 여성향 콘텐츠를 필요로하기 때문에 '여성스러워 보여야하는' 남성들의 심리적 허들이 존재하게된 것이다.
과거 2세대 보이그룹이자 마초적인 남성성을 가진 2PM도, 강력한 음원 파워와 압도적인 실력으로 한국 가요계를 휩쓴 빅뱅도 오늘날 보이그룹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깜찍함과 애교스러운 BL 모먼트들을 요구하고 여자보다 예쁜 외모를 선호하기에 현실에선 '차은우'가 가장 완성된 남자 아이돌로 조명 받는다.
글로벌 K-POP 경쟁력 확보를 위한 미래 전략
물론, K팝 보이그룹이 몰락한 건 절대 아니다. 데뷔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글로벌 K-Pop 전체를 대표하는 그룹을 꼽으라면 당연히 제일 먼저 언급될 만큼 그 힘이 건재한 방탄소년단(BTS)이 있고, SM의 NCT, JYP의 Stray Kids, 하이브의 TXT 역시 한국에서 인지도가 낮는 것일 뿐 세계 시장에서는 걸그룹 인지도와 비교도 안될 만큼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노래방 인기 차트에 아직도 빅뱅의 '붉은노을'이 순위권인 반면 현재 활동 중인 보이그룹의 음원은 찾아보기 어렵다. 친구들과 노래방 마지막 곡으로 다같이 따라부르던 빅뱅 노래들을 떠올리며 '낭만' 가득한 대중성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물론, 팬덤장사를 위한 보이그룹 양성이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시대가 변했고, 노출되는 플랫폼이 변화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략으로 새롭게 발전되고 있는 형태일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이 소비하고 싶은 주된 콘텐츠는 영상 속 아이돌의 눈웃음 보다는 마음을 위로해주고, 오늘 하루를 힘나게 해주는 음악일지도 모른다.
글로벌 K-Pop의 위상이 날로 대단해지는 오늘날, 우리는 다가올 한류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고민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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