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고속도로 아니야? 인천대교 통행 요금이 유독 비싼 이유 - 맥쿼리인프라의 최소운영수입보장(M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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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고속도로와 민자 고속도로의 차이

따뜻한 5월 황금연휴를 맞아 서울 근교로 여행을 떠나는 나들이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 연인 또는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근교로 이동하기 위해선 동서남북으로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한다. 보통의 고속도로는 도로교통공사가 일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통행료가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

 

하지만 때때로 우리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비싼 어떤 고속도로들을 만난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고속도로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이기 때문에 통행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통념을 깨뜨릴만큼 비싼 통행료를 징수하는 고속도로는 무엇이며 일반 고속도로와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의 정체는 바로 민간 사업체에서 건설 및 관리하는 '민자 고속도로'이며, 도로교통공사가 관리하는 공공 통행료보다 최소 3배 이상 비싸다고 한다.

 

 

맥쿼리인프라의 투자 사업

주식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쯤 들어봤을 회사인 '맥쿼리인프라'는 십수년간 우상향을 그린 주가 흐름을 보여준 종목으로 유명하다. 인프라 펀드를 조성하여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투자금액의 일부분을 이자로 받는 수익구조를 가지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매출 상승을 발생시키진 않지만 일정한 매출을 안정적으로 발생시키고, 수익금의 상당수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

 

전자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맥쿼리인플의 운용수익은 2016년 2,269억 원에서 2020년 2,845억 원으로 큰 낙폭 없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순이익 역시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에 배당률이 높게 지급하는 맥쿼리인프라 정책상 2016년 4.9%였던 배당률이 2020년에는 무려 7.1%까지 올랐다.

 

맥쿼리의 주주 구성은 대부분 공제회 같은 단체들이 대주주 집합을 이루고 있는데, 문제는 맥쿼리인프라의 운영모체인 맥쿼리자산운용사가 수입 대비 상당히 많은 금액을 펀드매니저와 같은 금융 종사자들에게 보수로 지급하고 있어 외국계 회사에게 국부가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다.

 

실제로 2017년 배당금으로 1,492억 원을 지불한 반면, 같은 해에 보수로만 무려 365억 원을 지불한 걸로 나타났다. 이에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들이 맥쿼리의 높은 보수를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으나, 높은 배당수익률로 인해 기관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그 결과 오히려 맥쿼리인프라의 주가를 상승시키는 반전(?)이 있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내외부로 끊임없이 잡음이 있을 만큼 드라마틱하고도 안정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맥쿼리인프라펀드가 국내에 투자한 인프라는 어떤 곳이 있을까? 

 

 

맥쿼리인프라 투자 현황 ① - 우면산 터널

양재에서 예술의 전당으로 가는 도로 중에 '우면산 터널'이 있다. 보통 예술의 전당을 갈 때 살짝 돌아가는 강남순환고속도로나 경부고속도로를 타거나, 직선 코스로 통하는 '우면산 터널'을 경유하곤 한다. 그런데 한 때 이 우면산 터널의 통행요금이 소형차 기준 무려 2,500원이나 지불해야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그래서 우면산 터널 이용을 반대하는 보이콧 운동도 있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렛츠런 파크 경마장이 주변에 있어 주말만 되면 차들로 꽉꽉 찼다고 한다.

 

이 우면산 터널은 서울시의 1호 민간 사업자가 만든 인프라로, 이렇게 통행료가 비싼 이유는 과거에 MRG(최소운영수입보장)라는 계약조항 때문이다.

 

쉽게 말해, MRG 조항은 민간사업자가 우면산 터널을 통해 목표 통행료 수익을 창출하지 못할 시 서울시에서 부족분을 채워준다는 단서 조항이다. 문제는 부족분을 채워주는 금액이 100억 원이나 되었기 때문에 만약 우면산 터널에 차가 다니지 않더라도 서울시가 이 천문학적 금액을 보장해주어야 했고, 보통 인프라의 경우 수십년을 운용하기 때문에 해가 지날수록 해당 금액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이 우면산 터널로 막대한 통행료 수익을 내고 있는 국내 민간 사업자는 우면산인프라웨이(주)로, 이 회사의 최대 주주(36%)가 바로 맥쿼리인프라코리아 이다.

 

 

맥쿼리인프라의 고수익 투자 방식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점은 맥쿼리코리아가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 구조이다. 2011년 우면산인프라웨이는 통행료로 172억 원 + 서울시 보조금(MRG) 37억 원에 영업비용 92억 원을 차감해 영업이익 117억 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이자 비용이 무려 123억 원이 발생했고 여기에 법인세 비용 24억 원이 더해져 결국 24억 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은 123억 원이라는 이자비용이다. 그렇다면 이 이자비용의 출처는 어디일까?

 

맥쿼리인프라는 보통 인프라 사업에 투자할 때 고리로 대출해주는 것으로 악명 높다. 특히 맥쿼리코리아는 이 투자 회사에 266억 원을 후순위로 대출해주고,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20%나 되는 고리를 챙겼다. 후순위 대출인 탓에 대출금리가 높고, 이런 경우 회사가 파산할 위험이 있지만 이는 맥쿼리에게 전혀 문제가 아니였다.

 

그 이유는 MRG 조약 상 서울시가 보증을 서고 있기 때문에 고리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맥쿼리인프라는 일찍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계약을 체결할 당사에는 이러한 맥쿼리자산운용의 교묘한 기법을 알아채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이를 뼈아픈 교훈 삼아 현재는 제도적으로 보정되었다고 한다.

 

 

맥쿼리인프라의 국내 인프라 투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육지와 영종도를 연결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하는 관문 중 하나인 '인천대교'도 맥쿼리인프라의 작품이다.

 

맥쿼리인프라 투자 현황 ② - 인천대교

인천대교 역시 맥쿼리인플가 투자하여 고수익을 올리고 있었으나, 2017년 인천시가 개입하여 MRG 조항을 없애고 적정 수준의 통행료를 조정하자는 '자본재구조화'를 요청했다. 의외로 맥쿼리인프라는 순순히 인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실제로 기존에 6,200원이었던 통행료가 5,500원으로 11.3% 인하되었고 선순위차입금(주주 구성) 역시 3,934억 원에서 4,500억 으로 늘어나 배당수익률이 4,24%에서 3.84%로 내려갔다. 하지만 여기에는 맥쿼리의 복안이 있었으니, 맥쿼리인프라가 대출해준 후순위차입금은 894억 원에서 2,410억 원으로 증가했고, 대출이자율 역시 8.34%에서 12%까지 상승했다.

 

결국, 자본재구조화를 통해 통행객들의 통행 요금과 국내 투자자들의 배당수익률은 감소했지만 맥쿼리인프라의 수익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사실 표면적으로 불합리한 계약 조건이었기 때문에 당시 선순위차입금을 출자한 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 인천광역시, 삼성생명 및 교보생명 등 투자사들은 불만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딜을 주도하 최대 주주인 맥쿼리인프라는 해당 계약에 반발할 시 이를 대체할 금융사를 찾겠다고 선언하여 국내 투자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사실 통행료 절감으로 국민 편의가 올랐고, 수익률이 줄어드는 건 국내 민간 투자사들이기 때문에 해당 계약의 형평성에 크게 개의치 않았고, 결국 인천대교 자본재구조화는 큰 문제없이 통과해버리고 만다.

 

 

맥쿼리인프라의 엄청난 협상 능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영종도로 들어가는 관문인 인천대교와 영종대교 모두 대주주로 있는 상황에서 2018년 국토부가 새로운 대교 건립 계획을 발표하자 '경쟁방지조항'을 근거로 국제소송을 걸기도 했다.

이에 맥쿼리는 지난 2005년 협약 체결 당시 또 다른 연륙교를 건설해 수입에 타격을 받으면 이를 국토부가 보전해주는 '경쟁방지조항'을 넣었고, 국토부의 제 3 연륙교 건설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며 ICC에 조항 해석을 요청했다.

 

그 결과, 국토부는 결국 제 3 연륙교 개통 후 실제 교통량 대비 70% 이하일 경우, 70% 이하의 교통량 부족분에 대한 손실만 보전하는 것으로 '울며 겨자먹기'로 최종 제안했다고 한다.

 

 

맥쿼리인프라 투자 현황 -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이 외에도 맥쿼리인프라의 서울시 9호선 지하철 투자에 있어 MRG 조항을 체결하여 지나친 특혜를 입고 있다는 것도 논란이 되었었다. 

 

2005년 지하철 9호선 운영 협약 과정에서 서울시가 맥쿼리인프라에게 8.9% 수익률을 보장했는데, 9호선 운임수임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첫 5년은 예상운임의 90%, 10년까지는 80%, 15년까지는 70%를 서울시가 보장해주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2013년 맥쿼리는 지하철 9호선을 서울시에 매각했는데, 투자원금 745억 원 대비 매각금액으로 1,300억 원을 받았으니 순 자본차익으로만 수익률이 75%에 달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단순 주식 매각 대금일 뿐, 그 동안 맥쿼리인프라가 세운 9호선 운영회사에 자신들이 다시 고리로 돈을 빌려준 형태였기 때문에, 그간 벌어들인 수익은 매년 엄청났을 것이다. 결국 맥쿼리는 이익은 이익대로 챙기고, 요금 인상 파동으로 스스로 못 이기는 척 떠났지만 사실상 최종 승리자였다.

 

 

2022년 3월 기준, 맥쿼리인프라는 17개 국내 인프라사업에 총 2.3조 원을 투자 중이며, 투자 형태는 주식(25.3%), 후순위 대출(71.4%), 선순위 대출(3.3%)로 구성되어 있다.

 

맥쿼리인프라의 한국 투자 현황 종합

구체적으로 맥쿼리한국인프라가 투자하는 대한민국의 민영사업은 2022년 상반기 기준 도로 13개, 항만 1개, 철도 1개, 도시가스 2개 사업이다. 고속도로로는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논산천안고속도로, 일반도로로는 대구광역시 제 4차 순환도로와 광주광역시 제 2순환도로 1구간과 3-1구간, 교량에서는 인천대교, 마창대교, 터널에서는 우면산터널, 백양터널, 수정산터널, 항만에서는 부산신항만 2-3단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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