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시장에서 '투자'는 누가 더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상품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할 때마다 매순간 누군가는 돈을 벌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돈을 잃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금융상품인 주식과 채권의 경우. 매수 시점부터 투자자는 가격 변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추가 매수할지 또는 매도할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의사결정하게 됩니다.
반면, 미래에 상품가격이 상승 또는 하락할 것이다라는 예측을 바탕으로, 현 시점에 특정한 가격에 상품을 미리 선점할 권리를 사고 팔 수 있는 금융상품이 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거래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위험성을 가진 상품인 것이죠.
하지만 모든 투자를 관통하는 문장인 High Risk High Return의 관점으로 미루어 보아, 해당 상품 거래는 엄청난 보상을 가져다 줄 수 있기도 합니다.
이렇게 미래에 변동할 상품 가격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론 선물거래와 옵션거래가 있습니다.
선물(Futures) 거래
선물 거래 정의 및 개요
선물거래는 기초자산을 미래의 특정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약속'하는 거래입니다. 영문 표기법도 미래를 뜻하는 'Futures'이니, 어떤 특징을 가진 상품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겠네요.
초보 투자자의 관점에서 선물이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주식, 채권과는 다른 '파생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파생상품이란 말 그대로 기초 자산에서 파생된 금융상품으로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원유, 금 등 기초자산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됩니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을 투자할 때는 미래에 기초자산의 가격이 오를지 또는 내릴지를 예측하여 베팅하는 개념인 것입니다.
선물 거래의 역사
세계 최초의 선물거래는 1637년 네덜란드 튤립 버블 사건이라고 학자들은 말합니다. 당시 엄청난 버블로 인해 튤립의 알뿌리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미친듯이 치솟았고, 상인들이 수확 이전에 계약을 하여 선거래를 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없애고 거래를 표준화한 최초의 선물거래 시장은 1710년 일본 오사카에서 쌀을, 1877년 미국 시카고에서 옥수수를 기초자산으로 시작한 것이 최초라 알려집니다. 이후 1970년 대 석유, 주식, 채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 기반 선물 상품이 개발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시작된 선물거래는 1919년 실존 인물인 반복창이라는 사람이 쌀 미두(米豆)를 이용한 거래입니다. 미두 중매점 종업원으로 일한 그는 1920년 한 해에 미두 거래로 40만 원이라는 거금을 벌어들였는데, 이는 2009년 기준으로 약 400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선물 거래 구조
특정 자산을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 파는 의무를 현재 시점에서 '선물'이라는 형태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이 때 선물 거래의 대상이 되는 기초 자산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거래되며, 거래 권리를 예약하는 것일 뿐 실제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본질적으로는 아니기에 투자금이 기초 자산 거래에 필요한 금액보다 적어도 거래가 성립됩니다.
A 주식을 1주 당 3,000원에 매도 및 매수하는 선물 계약을 체결한 경우, 해당 주식의 미래 가격 변동과 상관 없이 반드시 그 가격에 거래해야 합니다. 변동된 가격이 앞서 체결한 3,000원 보다 상승했거나 하락했어도 만기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만 거래 가능합니다. 이 때 발생가능한 차익 또는 손실에 베팅하는 매매입니다.
선물 거래는 거래 대상 상품을 표준화하여 금융 시장에서 거래하고 증거금 또는 일일 정산 등 제도화를 통해 계약불이행 위험을 원천 차단하고 있습니다. 장외 시장에서만 거래되는 선도 거래와 달리, 선물 거래는 정형화된 매매시간(보통 08:30 ~ 15:30) 내 거래 가능합니다.
선물 거래가 가능한 기초 자산은 다음과 같습니다.
구분 | 예시 |
에너지 | 원유, 천연가스 등 |
금속 | 금, 은, 알루미늄 등 |
농축산물 | 옥수수, 콩, 돼지 등 |
금리 관련 | 국채 선물(KTB3Y, KTB5Y, KTB10Y, T-Bill, T-Note, T-Bond), SOFR, 유로달러 등 |
주식 및 주가지수 | 개별주식선물, 주가지수선물(KOSPI 200, S&P 500, Nasdaq 100, Nikkei 200 등) |
선물 가격과 거래 예시
선물(F) = 현물(S) + (현물가격(S) * (이자율(r) - 배당률(d)) * 잔존기간(t) / 365
선물 가격은 현재 시점의 현물 가격에 만기 시점까지의 보유비용을 더한 값입니다. 보유 비용이란 쉽게 말해 보유가 아닌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기회비용으로, 현물을 구입함으로써 해당 비용을 투자 시 획득 가능한 이자율(r)에서 해당 기초자산을 보유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d)을 뺀 차익입니다.
거래 예시는 다음과 같겠습니다.
5월 1일 현재 삼성전자 주당가격(S0) : 74,300 원
5월 1일 현재 7월 15일 만기 삼성전자 선물가격(F0) : 74,200 원
6월 15일 삼성전자 주당 가격(S1) : 82,000원
▶ 투자자가 74,200원에 1계약을 매수(Long) 한 경우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2개월 뒤 주당 74,200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해당 시점에 82,000원인 삼성전자 주식을 74,200원에 매수한다.
투자자 손익 = S1 - F0 = 82,000원 - 74,200원
▶ 투자자가 6월 10일에 삼성전자 선물1계약을 매도(Short) 한 경우
투자자는 선물 만기시점인 7월 15일 74,200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이 때 주식은 82,000원에 거래되고 있지만 계약 상 74,200원에 매도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만약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현재 가격과 상관 없이 체결 물량만큼 74,200원에 매도해야 하며, 만약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시장에서 82,000원에 매수하여 72,100에 매도해야 한다.
투자자 손익 = F0 - S1 = 74,200원 - 82,000원
선물 거래 전략
선물 거래는 구매자와 판매자의 쌍방향 거래 형태입니다.
선물 구매자의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이 미래에 상승할 것이라 예상하여 계약을 체결하고, 반대로 선물 판매자는 가격 하락을 예상하여 계약을 맺기 때문에 각 자의 관점에서 거래 동기 및 전략이 결정되겠습니다.
선물 거래의 위험성
무한한 손실 가능성 | 기초자산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손실이 무한정 확대될 수 있습니다. 가령 특정 주식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경우, 해당 주식 선물을 판매한 투자자는 계약에 명시된 만기 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해야하는 의무가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투자의 경우, 100만원을 투자하여 최악의 경우 원금 전체를 손실 보는 것으로 끝나지만 선물거래는 한도가 없기 때문에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레버리지 효과 | 작은 금액의 투자로 큰 규모의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격에 예상과 반대로 움직인다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가령 투자자가 100만 원을 투자할 경우, 10% 마진률로 1억 원 규모의 선물 계약을 맺을 수 있으며 가격이 하락할 경우 투자 금액 전체를 잃을 수 있겠습니다. |
제로섬 게임 | 금융 상품 거래는 개인 투자자, 기관 투자자, 외국 투자자 등 다양한 참가자들 간의 총 이익과 손실이 항상 0으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이는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를 갖춘 기관/외국 투자자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실패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
이상으로 선물 거래의 특징과 사례를 살펴보았습니다.
미래를 예측하여 투자한다는 본질과 레버리지 효과로 적은 금액으로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인 금융 상품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거래 주체들이 동등하지만 동등하지 않는 출발선 상에서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본인만의 철학과 원칙을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성공적인 매매를 이끌어야할 것입니다.